RG-2026-004
복실이가 보낸 세 번의 신호
[MY] 믿고 싶은 이야기 · 4분 · 서정 · 노스탤지어 · 수집
복실이가 떠난 것은 화요일 새벽이었다. 열여섯 해를 살았으니 호상이라고, 동물병원 선생님은 말했다. 제보자 K(38)는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.
첫 번째 신호는 사십구재 무렵에 왔다. 복실이가 평생 쓰던 방울 목걸이를 서랍 깊숙이 넣어뒀는데, 어느 밤 거실에서 딸랑, 하는 소리가 났다. 확인해 보니 서랍은 닫혀 있었고 목걸이도 그대로였다. 다만 서랍 앞에, 복실이가 살아 있을 때 늘 물고 다니던 노란 공이 나와 있었다. 그 공은 석 달 전에 버렸다고 K는 기억한다.
두 번째 신호는 이사하던 날이었다. 복실이와 마지막 산책을 했던 하천길을 차로 지나는데, 라디오에서 K가 복실이를 처음 데려오던 날 틀었던 노래가 나왔다. 이십 년 전 노래다. K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노래가 끝날 때까지 앉아 있었다.
세 번째 신호에 대해서는, K는 한참을 말하지 않다가 이렇게만 했다.
작년 겨울에 딸이 태어났어요. 산부인과에서 처음 안았는데, 애가 절 보고 웃는 게 아니라... 제 어깨 뒤를 보고 웃더라고요. 한참을요. 신생아는 원래 초점이 안 맞는대요. 알아요. 아는데요.
기록보관소는 이 이야기에 개연성 지수 44를 부여한다. 방울 소리는 온도 변화에 따른 금속 수축으로, 라디오는 생존 편향으로, 신생아의 시선은 발달학으로 설명된다. 전부 설명된다.
다만 이 기록을 열람하는 당신이 무언가를 떠올렸다면 — 버렸는데 돌아와 있던 물건, 하필 그 순간의 그 노래 — 그것까지 통계로 설명할 의무는, 이 보관소에는 없다.
— 투고 원고를 재구성함. 복실이는 가명이다. 개에게도 가명을 쓰는 것이 이 보관소의 규정이다.